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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나후지) 첫사랑이 끝날 때 처음 만났던 17세, 후지마는 그야말로 미소녀였다. 현재는 180에 가까운 신장도 당시에는 아직 160대 후반이었고, 아직 소년티를 못 벗은 체구에 지금보다 짧았던 차색 머리카락 . 그 아래, 희고 앳된 얼굴에는 색소가 옅고 커다래서, 정말로 유리구슬 같은 눈망울이 자리잡고 있었다. 남자냄새가 진동하는 체육관에서 후지마의 용모는 당연히 모두의 눈길을 잡아끌었다. 동기들이 모두 그랬듯 하나가타 역시 이건 안된다고 생각했었다. 손목도 저렇게 가늘고, 키도 작아서, 당시에도 신장이 이미 180대 후반이었던 하나가타로써는 러프 플레이라도 발생하면 날아갈 것처럼 보였던 것이다. 하지만 그런 생각은 기우라는 걸 증명하듯이, 코트 위에서 가장 활발하게 움직이고, 가장 저돌적으로 덤벼오는 것이 후지마였다. 그가 코트에.. 2011. 12. 3.
(센+후지) 가을이 오는 길 뜨거운 해를 식히며 부는 것은 벌써 가을바람이었다. 머리카락을 흔드는 바람에 김수겸은 문득 발걸음을 멈추었다. 하늘이 벌써 저기까지 높아져 있었나. 걷는 것도 잊어버리고 하늘을 올려보고 있자, 자기가 안 따라오고 멈춘 걸 안 선배가 앞서가다가 되돌아와서는 괜찮냐? 너 또 머리… 하고 지레 놀란다. “아니요, 그냥 바람 부니까 시원해서요.” 가까이 와서 얼굴을 들여다보는 선배에게 손을 젓자, 선배가 무슨 생각을 하는지 입을 다물고 시선을 돌렸다. 걱정하는 마음을 이해하지 못하는 건 아니지만-김수겸 역시 심준섭이 부상을 당하면 이런 심정일 거라고 추측은 하지만-그렇게 큰 부상도 아니고…얼마전에 실밥도 빼고 이제 정말 괜찮다는데. “괜히 또 무리하지 마라, 너.” 궂이 안 쫓아와도 된다고 그렇게 말했는데, 더.. 2011. 11. 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