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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적황) 개도 안 먹는 것 주말을 앞둔 어느 평온한 저녁. 휴대전화를 한 손에 들고, 쿠로코 테츠야는 고민하고 있었다. 내일 있을 거사를 위해, 먼저 확인해야만 하는 일이 있다. 전화 한 통이면 확인 자체는 5분 안에 끝난다. 다만 그 결과를 받아들이기 위한 각오를 다질 시간이 필요할 뿐이었다. 어떤 결과가 나온다고 할 지라도 받아들여야 한다. 아니, 받아들일 수 있다. 지금까지 해왔던 것처럼. 그렇게 스스로에게 되뇌인다. 그러고 있는 사이 시간은 어느 새 오후 10시를 향해 가고 있었다. 너무 늦은 시간이 되기 전에 전화를 걸어야 한다. 메신저 어플로 확인할 수도 있지만, 이런 건 본인의 반응을 직접 확인하는 편이 확실하다. 쿠로코는 폐의 바닥부터 끌어올린 깊은 한숨을 내쉰다. 고민해 봐도 어쩔 수 없다. 확률은 반반이다. 각오.. 2021. 4. 7.
(적황) 영원의 성사 >순간의 성사(http://414229.tistory.com/63)의 뒷이야기 이게 어떻게 된 일임까. “사랑의 도피.” 아카싯치 절연했다면서 그런 돈이 어딨는데요? “전부터 개인적으로 마련해둔 돈이 있었어.” 다 알고 있었어요? “키세에 대한 일이라면 키세가 내게 숨기는 것 빼고는 전부 알고 있어.” 그렇구나, 다행…………. 아니, 잠깐만, 그 말은 다 알고 있단 말 아냐?! 나는 말을 잃었다. 조금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던 일. 이익을 위해 자식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꾸미는 부친. 그에 반발해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연인들. 지금 우리들의 줄거리를 요약하자면 그랬다. 그 배경이 남쪽나라 고급 호텔의 개인 풀장이라는 어울리지 않는 호화 사족이 붙어있었지만. 애초에,.. 2019. 12. 20.
(적황) 순간의 성사 조금 옛날 영화나 드라마에서 자주 나오던 일. 이익을 위해 자식이 사랑하지 않는 사람과 결혼하도록 꾸미는 부친. 그에 반발해 모든 걸 버리고 사랑의 도피를 떠나는 연인. 새벽 3시, 연락도 없이 내 집에 찾아온 아카싯치가 털어놓은 이야기를 요약하자면 그랬다. “미련은 없어. 예전에도 얘기했었지? 이렇게 되면 나는 키세를 택하겠다고.” 아카싯치는 오히려 후련해 보이는 표정으로 미소 지었다. 그러나 자다 깨서 그 이야기를 듣고 있던 나는 후련하기는커녕, “엣……. 그거 농담 아니었슴까?” 당혹스러움을 감추지 못하고 물을 수밖에 없었다. 어쩌면, 아카싯치가 불시에 찾아온 게 아니라 연락을 주고 찾아온 거였다면 나도 대강의 사정을 짐작하고 마음의 준비를 해두었을지도 모른다. 그랬다면 이런 말을 입 밖으로 내뱉지.. 2019. 12. 20.
(적황) 아름다운 아침 샘플 ※아카시와 키세와 긴밀한 연관을 가지는 오리지널 캐릭터가 등장합니다. 거부감이 있으신 분은 열람은 피해주세요. “지금 행복하세요?” 어디선가 웃음소리가 들렸다. 금요일 오후, 역 앞은 사람들로 북적거렸다. 6시가 가까운 시간이었음에도 늦여름의 해는 질 줄을 몰랐고, 로터리에는 석양 지기 전의 뜨거운 햇볕이 바로 내리쬐고 있었다. 조금이라도 더위를 피해보려 건물의 그늘에 늘어선 사람들이 있는가 하면, 분수대 근처에서 부채질을 하는 사람들도 있었다. 큰 소리로 웃고 떠드는 한 무리의 학생들, 어린 자식과 손을 잡은 부모, 바쁘게 통화하며 지나가는 회사원, 판촉용 티슈나 전단지를 나눠주는 아르바이트생. 어디선가 와서는, 어디론가 간다. 그런 사람들이 끊임없이 왕래하고 있었다. 그 한 가운데 아카시 세이쥬로는 .. 2019. 4. 1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