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쌍벽) 눈부신 햇살을 등지고
새벽, 아무런 이유도 징조도 없이, 마키 신이치는 눈을 떴다. 커튼 뒤의 하늘은 아직도 푸른 채로 새로운 해를 맞이한 세상을 내려다보고 있었고, 마키는 어떤 날도 거른 적 없이 행했던 런닝이 오늘따라 내키지 않은 참이었다. 발걸음이 떨어지지 않는다는 게 바로 이런 기분일까. 올해부터 주장이라는 사실에, 실적을 내지못한 작년이 떠올라서, 올해는 그보다 좋은 결과를 내야한다는 것이 부담되어서, 그러나 이런 고민을 털어놓을 수 있는 상대는 없어서, 어깨가 무거워진 듯한 착각마저 들었다. 집을 나서, 고개를 저어 사념을 털어내었다. 그리고 오른쪽으로 두어발 딛은 마키는 망설이다가, 다시 왼쪽으로 달리기 시작했다. 후지마, 라고 써 있는 그 문패가 시야에 들어오자, 마키는 탈력한 듯이 서서히 속도를 줄이고, 이윽..
2013. 9. 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