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8.07.15 어나더 스테이지 발행
레오츠카
아아, 하고 그는 문득 입을 열고,
“생각난 김에, 지금 말해두는 게 좋겠다.”
그답지 않은 사무적인 목소리로 서두를 읊었습니다.
“예?”
“스오. 너랑 나는 여기까지다.”
그의 안에서는 예정되어 있던 마지막이었던 것처럼 담담히 고하는 목소리에, 뭐라고 할 말도 찾지 못한 채 저는 멍청하게 다시 한 번 아까의 목소리를 반복할 뿐.
“예?”
그것은 그의 졸업무대가 막 끝난 참이었고.
우리는 그 전 순간 입맞춤을 막 나눈 참이었고.
“헤어지자.”
제가 그에게 사랑한다고 말하려던 참이었습니다.
Fairytale,
그 날 공항의 혼잡은 이루 말하기 어려웠습니다. 듣기로는 해외의 유명 배우가 촬영을 위해 입국한다고 했던가요. 어쨌거나 저에게 그런 것은 상관이 없었습니다.
“안내드립니다. 19시 30분발 ■■항공 이용하실 고객께서는 6번 게이트로 향하여 주시기 바랍니다.”
세 번째 Gate 변경과 Delay에 초조함을 감추지 못하고 재차 시계를 들여다보고 맙니다.
그 날 이후 Leader는 제 앞에서 모습을 감추었습니다.
졸업무대를 마친 후 곧장 출국하여, 현재는 해외에서 방랑하며 곡 작업을 하고 있다고 들었습니다. 들었습니다, 라고 말하는 점에서 이미 아시겠지요, 예, 누님이나 다른 선배님과는 때때로 연락을 취하십니다만, 제 연락은 모두 무시하고 계십니다.
어쨌거나 그 성격에 용케 굶어죽거나 맞아죽지 않고 그 목숨을 부지하고 계신 듯하여 이 츠카사는 그리 괘념치 않고 2년간을 지내왔습니다.
예.
전혀.
완전히.
결단코.
저는.
괘념치 않았습니다.
조금도요.
수도 없이 연락을 취해보려 전화와 E-mail과 편지와 심지어는 스오우 가문에 대대로 계승되는 유서 깊은 전서구까지 이용하고도 소용이 없었다는 것은 이미 공공연한 비밀이지만 저는 괘념치 않았습니다.
어차피 그런 것입니다. Leader의 세계를 이해할 수 있는 사람은 Leader뿐이고, 그 앞에서는 저조차도 평범한 사람이 되고 마는 것입니다. 그걸 이제 와서 떼를 쓰며 어떻게든 해보라고 할 수도 없는 노릇입니다. 하지만 그걸 너무 쉽게 인정해버리면, 한 때 분명히 그와의 미래가 있을 거라고 믿었던 그 날의 제가 다소 가여워집니다. 그래서 아직은 모르는 척을 하기로 했습니다.
이어지는 Delay.
Gate에는 사람이 많아 앉아있을 자리조차 없습니다. 수속이 복잡해지면 어쩌나 싶어 일찍부터 공항에 와있었음에도 불구하고 이 Delay. 이게 다 무슨 소용일까 싶은 마음과 한 시라도 빨리 떠나고 싶은 마음 사이를 뭉게뭉게 피어오르는 초조함만이 매우고 있습니다.
확약이 있는 것도, 언질을 받은 것도 아니고, 제멋대로 쫓아가는 것 뿐. 이미 지나간 사람의 자취를 더듬는 것에 무슨 의미가 있냐는 말들에는 귀를 막고 안 들리는 척하면서 여기까지 왔습니다.
지금부터 저는 Leader를 찾으러 여행을 떠나는 것입니다.
*
그 사람이 모습을 감춘 후 1년이 조금 지난 봄이었습니다. 사방팔방으로 그를 찾아보다가 지쳐버린 제가 체념의 경지에 오를 즘이었지요. 등굣길에 오르려 이른 아침에 나와 보니, 대문의 우편함에 이것 보란 듯 엽서가 꽂혀 있는 것이 눈에 띄었습니다. 뒷면에는 아무것도, 보낸 이의 이름도 받는 이의 주소조차도 쓰이지 않은 엽서. 앞면의 사진은 이름 모르는 나라의 설산이었습니다.
“Leader?”
있을 리가 없다고 생각하면서도 두리번거리지만, 돌아오는 대답은 없습니다. 그로부터 두 달 후 도착한 두 번째 엽서에는 딱 한 줄, 그의 글자가 쓰여 있었습니다.
이젠 더 이상 리더가 아니라고?
…….
그럼 뭐라고 해야 할까요. 용기를 내서 입을 열었습니다.
“…………레오씨.”
한 달 후, 다시 엽서가 도착했습니다.
역시 없었던 걸로 하자!
조금의 시간이 흘러, 저는 졸업을 맞이했습니다. 제가 졸업을 할 때까지 엽서는 제멋대로 도착했습니다. 그러나 Leader가 직접 꽂아놓은 것으로 보이는 엽서는 그 세 통 뿐이었습니다. 여전히 보낸 이의 이름은 비워져 있었지만, 요즘에는 받는 이의 주소만은 제대로 적히게 되었습니다. 저는 마음을 정하고, 그의 엽서를 차곡차곡 모았습니다.
그리고 성실하게 학업을 마친 저는 어느 고명한 선배님의 조언에 따라 Leader의 뒤를 쫓아 출국하기로 하였습니다.
*
“그럼 만나러 가면 되잖아.”
그렇게 말씀하신 것은 세나 선배입니다. 제가 졸업하기 얼마 전에 찾아가, 앞으로의 일을 상담할 때였습니다. 그러고 보니 한동안 안 오더니 그 엽서가 다시 오기 시작했답니다, 나름대로의 생존신고인 걸까요, 그건, 하는 얘기를 지나가는 소리로 말한 후였습니다.
“예? 만나러 가다니요?”
“엽서. 한동안 안 오다가, 이번 달에 다시 온 거잖아? 아마 일본에 있을 때는 안 보내다가, 해외에 나갔을 때 보내는 거라고 생각하는데?”
“……라는 말씀은? 엽서가 보내져 오지 않는 동안 Leader가 일본에 있었다는 말씀이신가요?”
“그렇지. 얼마 전에 드라마 OST 작업 맡았거든. 디렉팅에 애먹어서, 조금 오래 체류하고 있었어. 이미 출국했지만.”
“그것을 세나 선배는 알고 계셨으면서 츠카사에게 언질도 주지 않으신 건가요?”
약간 분개한 저의 말투가 거슬렸는지, 세나 선배는 얼굴을 찌푸리셨습니다.
“저기 말이야? 온 세상 사람들이 카사군의 연애사를 도와줘야할 의무는 없거든? 그보다 카사군도 레오군이 그 때 뭘 생각하고 있었는지 정도는 생각해보지 그래?”
“Leader의 생각 같은 걸, 제가 무슨 수로 추측하면 좋은가요.”
그리 말하자 세나 선배가 불쾌하게 웃는 얼굴로 팔을 뻗어옵니다. 그리고 딱밤을 한 대.
아얏, 하는 소리가 저절로 입에서 튀어나옵니다.
“시끄럽네, 정말. 카사군도 더 이상 막내가 아니고. 그 정도의 성장은 보여줘야 하지 않겠어?”
*
애초에, 상대가 도망가면 쫓아가고 싶어지는 건 강아지와 스토커와 세나 선배의 습성이지 츠카사의 습성이 아닙니다.
그러나 결국 저는 졸업 직전에 받은 세 장의 사진이 같은 지역을 배경으로 한 것이며, 그 중 하나는 직접 찍은 듯한 사진이라는 점에 미련을 품고 말았습니다. 지금 가면, 있을 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품고 말았습니다.
세나 선배는 Leader가 왜 졸업과 함께 저와 헤어지기로 했을지 생각하라고 하셨습니다.
하지만 그런 건 지금도 모릅니다. 오히려 모르기 때문에 장본인을 찾아서 털어놓게 만들려는 것입니다. 예, 경찰이 용의자는 추정했지만 동기는 모를 때 그러하듯 말이에요.
비행기에 오른 저는 멍하니 창밖을 보며 이런저런 생각에 잠겨봅니다.
(중략)
*
“Leader, 또 이런 곳에 계셨나요.”
썰렁한 복도 바닥에 주저앉아 둥글게 등을 말고 바닥에 엎드린 그. 봄이 가까운 시기였으나, 추위는 가시지 않았음에도 그는 몸을 돌보지 않고 정신없이 작곡에 빠져있습니다.
어차피 이런 때의 Leader에게는 제대로 된 반응을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저는 그의 눈높이로 주저앉아 악보를 들여다보았습니다.
“으음?”
오늘도 곡만큼은 눈이 튀어나올 정도로 훌륭합니다. 인정하고 싶지 않은 점도 산더미처럼 있지만, 역시 인정할 수밖에 없는 사람입니다. 그러나 오늘은 그 악보에 한 가지 다른 점이 있었습니다.
“오늘은 웬일로 제대로 된 제목이 달려 있네요?”
평소 때라면 적당히 발라드 몇 번, 혹은 샤카샤카하다가 딴딴딴하는 거, 같은 식 느낌의 Naming을 하는 분이신데 말이에요.
“<고별>인가요. 이 계절에 잘 어울리는 노래네요.”
“응. 그런, 계절이잖아.”
대답을 기대하고 한 말은 아니었는데, 불쑥 그가 대꾸했습니다.
“그러네요. 그런 계절입니다.”
이때의 저는 계절 같은 건 사실은 우리와 상관없다고 믿고 있었기 때문에, 아니, 믿고 싶었기 때문에 그런 식으로 이야기했습니다.
Leader는 고개를 들어 창밖을 보며 말했습니다.
“그건 스오에게 주는 노래야.”
그러나 그 노래를 제가 받는 일은 없었습니다.
*
목적지의 공항에 도착했을 때는 이미 저녁이 가까운 시간이었습니다. 일본과의 시차를 고려하면 상당히 오랜 비행이 됩니다. 저는 지쳐, 그 날은 일찍 잠들었습니다.
다음 날은 미리 조사해 온 도정대로 Taxi와 Bus를 갈아타며, 일본과 달리 후덥지근한 날씨에 조금 지치기도 하며, 목적지에 도착했습니다.
사실, 그를 찾기 위한 단서랍시고 제가 가지고 있는 것은 세 장의 사진뿐입니다. 노을 지는 수상도시의 사진과, 이 지역 사원의 사진과, 어느 골목길의 사진. 사진이라고 할까요, 정확히 말하자면 그 중 두 장은 이 나라 거의 모든 기념품판매점에서 팔고 있을지도 모르는 흔해빠진 엽서입니다. 그건 거의 단서가 아니라 부적에 가깝습니다. 그렇다면 지금의 저는 무엇이 보호해주고 있는 걸까요.
천천히 나아가는 배 안에서 그런 생각을 합니다.
Venezia만큼 유명하진 않지만, 수상도시인 이곳에서는 관광객들을 자그만 나룻배에 태우고 도시를 한 바퀴 도는 Service가 뱃사공들의 주수입인 모양이었습니다. 혹시나 하여 사공들에게 Leader에 대해 수소문하던 저는, ‘이런 엽서는 아무데서나 판다’는 정도의 수확만을 거둔 채, 권유에 못 이겨 배에 오르고 말았습니다. Leader의 발자취를 더듬어, 그를 찾아내겠다는 본래의 목적과는 동떨어진 행동이라는 것을 인정합니다. 그러나 여기까지 왔으니 나쁘지 않을지도 모른다고 생각한 것입니다.
석양이 조금씩 떨어지고 있었습니다.
붉게 물든 강을 조용히 가로질러 갑니다. 파문을 일으키며.
이 때 저는 불현 듯 깨달았습니다.
Leader.
이 풍경을 당신도 본 건가요?
이 풍경을 저에게 보여주고 싶으셨나요?
그래서 이 엽서를 보내셨나요?
팔을 뻗어 엽서와 눈앞에 펼쳐진 광경을 맞추어봅니다. 구도도 어긋나고 찍힌 시각이 전혀 다르지만, 분명히 같은 곳임에는 틀림없습니다.
아아, 그걸 확인하기 위해 저는 이곳까지 온 것입니다.
*
“츠카사쨩, 결국 나가는 거니?”
나루카미 선배는 전화 너머로 그리 말씀하셨습니다. 출국 전날 저녁의 일입니다.
“예. 벌써 짐도 다 싸놓았고, 숙소 수배와 Plan도 완벽합니다. 내일 출국만 남았습니다. 학기가 시작되기 전에는 돌아올 예정입니다.”
“대체 언제부터 계획을 짜놨던 거야? 누나한테는 말도 없이, 매정하네?”
“그건, 저어, 죄송합니다. 하지만 Leader를 찾으러 가고 싶다는 생각은 줄곧 해오고 있었습니다.”
“연락은 계속 안 되고?”
“예. 적어도 저에게는 소식불명입니다.”
“정말~. 누굴 닮았는지 완고하다니까. 츠카사쨩, 왕님을 찾으러 간다는 생각은 하지 말고, 여행 즐기고 오렴.”
“예, 마음 써주셔서 감사합니다.”
졸업한 선배들은 모두 바쁜 몸이시지만, 시시때때로 연락을 주시며 조언을 해주시거나 상담을 해주셨습니다. 특히 나루카미 선배와는 Idol로써의 이야기나 진로만이 아니라 사적인 상담도 몇 번 나눈 적이 있기 때문인지, 이런 식으로 마음을 써주시곤 했습니다. 밤도 늦었고, 나루카미 선배를 오래 잡아두는 것도 죄송하여 이만 끊으려고 생각한 참이었습니다. 나루카미 선배는 잠시 머뭇거리시더니, 이렇게 말씀하셨습니다.
“하지만 츠카사쨩. 왕님을 만나서 어떻게 할 생각이니?”
“모르겠습니다.”
“응? 아니, 즉답이니?”
제 망설임 없는 즉답에 나루카미 선배는 잠시 당황하셨습니다.
“오래도록 고민해봤지만, 모르겠습니다. 찾아내서 따지고 싶은 건지, 한 방 먹여드리고 싶은 것인지, 아니면…….”
저는 거기서 말을 끊었습니다. 나루카미 선배라면 알아주시겠지요.
“……하지만 그 어느 것이든, 목적은 아닌 것 같습니다.”
“……그래.”
츠카사쨩은, 왕님을 만나고 싶은 것뿐이구나. 나루카미 선배가 조용히 말씀하셨고, 저는 그러네요, 하고 수긍했습니다.
*
수상도시에서는 이틀을 묵었지만, 결국 그의 자취를 찾아낼 수는 없었습니다. 이제 와서 상관없는 일입니다. 자기만족을 위한 여행입니다. 그렇게 스스로를 다독이며 다음 목적지로 향합니다.
엽서에 찍힌 곳은 사원이었습니다.
향하는 도중 몇 군데서 다양한 엽서 Set를 사보았습니다만, 이 사원의 엽서는 어디에도 포함되어 있지 않았습니다. 아마 사원의 기념품판매점이나 그 근처에서만 파는 것으로 추측되었습니다.
이거라면 이번에는 승률이 높다고, 순간 생각해버렸습니다.
적어도 목격증언 정도는 있어도 이상하지 않습니다. 이쯤에서 저는 스스로의 사고가 완전히 범죄자를 쫓는 형사의 사고방식이라는 것을 깨달았지만, 딱히 문제는 없었기에 정정하지는 않겠습니다.
혹시 몰라 근처의 우체국에 가보니, 제가 가진 것과 같은 엽서를 팔고 있었습니다. 마침 한가해 보이는 직원에게 사진을 보여주며 도움을 요청하자, 직원 역시 일단 범죄자냐고 물었습니다.
뭐라고 설명하면 좋을까요. 여기에 와서 저는 세나 선배의 조언을 들은 것을 약간 후회했습니다. 헤어진 연인을 국경을 넘어서 쫓아다니고 있다거나, 같은 Unit의 Member가 소식불명이라거나, 가출 중인 지인을 집에 돌려보내려고 한다거나, 어느 것도 충분한 대답이 아닌 듯 했습니다.
결국 둘러댈 말도 없어, ‘헤어진 연인이 이곳의 엽서를 보내왔다. 그를 만나고 싶어서 그 엽서를 실마리로 찾아다니고 있다’고 솔직히 사정을 설명하자, 딱딱하게 굳어있던 직원의 얼굴이 기묘하게 밝아졌습니다. 직원은 사진을 들고 다른 직원들에게 돌아다니며 물어보는 듯 했지만, 누구도 기억하고 있지 않은 모양이었습니다. 그러나 그 때 한 명이,
“그러고 보니, 이런 머리색의 어린 남자애를 본 것 같아. 눈 색이 아주 예뻐서 기억해.”
라고 증언했습니다. 과연, Leader는 동안이니까, 어린애로 보였을 지도 모릅니다. 어디선가 네가 할 말이냐는 반박이 들린 것 같지만 무시하겠습니다.
처음으로 그럴 듯한 증언이 나온 것에 크게 흥분한 제가 이것저것 자세한 이야기를 물었지만, 그 직원도 딱히 얘기를 나눈 것은 아니라 진척은 없었습니다. 그야 그렇습니다. 처음 만난 우체국 직원에게 다음 행선지를 알려주는 사람은 좀처럼 없습니다. 우리 Leader같은 이상한 사람이면 그럴 지도 모른다고 잠깐 생각했지만요.
고맙다는 인사를 마친 저는 다대한 실망과 약간의 희망을 품고 나왔습니다.
사원은 좀 더 걸어간 곳에서 계단을 따라 한참 산을 올라간 곳에 있지만, 여기서도 고개를 들면 보입니다. 아까 사원 안에서 탐문을 할 때는 몰랐지만, 바깥에서 보니 아름다운 건물이었습니다.
한 분이 저를 배웅하시며, 이곳 경치는 아름다우니 다음에는 꼭 둘이 함께 오라고 하십니다. 저는 웃으며 손을 흔듭니다.
‘다음’이라든지, ‘함께’라든지.
그런 것을 약속하는 건, 아주 어려운 일이라는 것을 알고 있기 때문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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