KRBS13 (적황 He sunshine→He starlight ※연령조작※카이죠 아카시 He sunshine→He starlight “키세 선배.” 투웅, 퉁퉁. 등 뒤에서 들리던 소리는 도르르르 하는 소리로 바뀌며 가까워졌다. 등을 돌리지 않아도 알 수 있었다. 아까까지도 익숙하게 들었던 소리. 농구공이 튀는 소리다. 키세는 뒤를 돌아보고 눈살을 찌푸렸다. 열린 체육관 문틈으로 환하게 빛이 들어오고 있었다. 그 빛을 등지고 서 있는 인영은 한 학년 아래의 후배의 것이었다. 역광에 잘 보이지 않았던 그의 표정이 빛에 눈이 익으면서 서서히 보이기 시작한다. 그는 미소 짓고 있다. 선배에게 공을 던져놓고선. 그리고 입을 연다. “공 좀 주워주세요.” 정해진 대사처럼. 아카시 세이쥬로입니다. 테이코 중학교 출신, 포지션은 포인트 가드입니다. 그 후배는 그렇게 말하며 나타.. 2015. 4. 2. (적황) sweet confession 연휴에는 도쿄에 있을 예정인가? 흔들리는 전철 속에서 키세는 그 문장을 다시 한 번 확인하고, 발신인을 확인해보았다. 역시 아카시 세이쥬로가 보낸 메일이다. 그건 확실하다. 너무나도 당돌한 물음에 키세는 잠시 당황해서 저도 모르게 아카시와 주고받았던 메일이력이라도 확인해보려 했지만 애초에 마지막으로 연락을 주고받은 것이 키세 생일이었으니 벌써 반년이나 지났다. 아무런 서론도 없이 용건만 덥썩 물어오는 것이 과연 아카시 세이쥬로답다면 그렇긴 하다. 키세는 머뭇머뭇 답장했다. 응. 아카싯치는? 나도 마찬가지야. 그럼 오랜만…이라기엔 윈터컵에서 얼굴은 봤었군. 여하간 잠깐 만날 수 있을까. 여기서 키세는 고개를 갸웃했다. 갑자기 메일을 하더니 이번엔 만날 수 있겠냐니. 어차피 신년연휴에는 할 일 따위 없지만,.. 2015. 3. 31. (적황립) 빨간불이 되었다 빨간 불이 되었다. 반쯤 횡단보도를 밟았던 발을 물린다. 코까지 올라온 목도리를 잡아내리고 길게 숨을 쉬자 그대로 하얗게 입김이 번져올라간다. 등을 지고 선 전자제품 가게에서는 올해 여름 칼피스 CM의 배경음악이었던 이키모노가카리의 노래가 흘러나오고 있었다. 그 CM에 나온 여자 아이돌을 모리야마가 좋아해 억지로 몇 번 들은 적이 있다. 그러나 그 노래는 카사마츠도 싫어하지 않았다. 이런 겨울에 틀기에는 다소 안 어울리는 감이 있지만. 거기서 불현듯 카사마츠는 옆에 선 키세의 얼굴을 올려다보았다. 왜 말소리대신 음악소리만 들릴까 했더니, 방금까지 재잘대던 놈이 갑자기 입을 다문 것이다. 키세는 신호등의 빨간불을 바라보고 있었다. 그 모습을 뭐라고 말해야 좋을까. 멍하니? 못박힌 듯이? 시간이 멈춘 듯이?.. 2015. 1. 15. (적황) 내일 네가 부서진대도 벚꽃전선이 슬슬 물러날 즈음이었다. 4월, 키세 료타는 고등학생이 되었다. 단지 그것만으로도 그를 둘러싼 세계는 크게 바뀌었다. 도쿄에서 카나가와로 거주지를 옮긴 그는 자취를 시작했고, 종반엔 거의 자주 참가였던 중학교 농구부와 달리 이곳은 매일 필수 참가─철저한 체육계의 세계였다. 이기면 다였던 테이코와는 달랐다. 이길 수만 있다면 뭘 하든 괜찮다는 식으로 다른 사정을 봐주지도 않았고, 그를 경원시 하지도 않았다. 그냥 건방진 신입생. 그렇게 다가와준다. 그런 감각이, 낯설었지만, 싫지 않았다. 부원들의 불화로 부활동을 줄인 것과 반비례해 늘렸던 모델일을, 다시 줄이기 시작했다. 도리어 이쪽에서 키세의 사정을 봐주고 있는 형국이었다. 조금이라도 늦으면 순식간에라도 그를 두고가버리는 세계였지만, 현재로써.. 2014. 4. 7. 이전 1 2 3 4 다음